류현진

[류현진 개막전 비하인드] 양키스 극성 팬들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향한 인종차별적 행동이 있었다?

초이양 2021. 4. 3. 19:48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기분좋게 개막전 경기를 보고 난 후, 블루제이스나 양키스 팬들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이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개막전 경기가 블루제이스에게 여러 모로 불리한 상황이었었는데, 현장에서의 상황은 더욱 안좋았던 것이 경기 이후 알려지면서 그런 상황에서도 블루제이스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리한 것이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중계방송에서 현장음처럼 들렸던 소리가 실제로는 양키스 팬들의 야유 소리였으며, 특히 에르난데스를 향한 선을 넘는 야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경기가 진행되고 있던 시간에 양키스팬으로 보이는 잭햄플(Zack Hample) 이라는 트위터 유저를 포함한 여러 명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후 이들은 이 일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느끼고 현재는 모두 자신들의 글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Fans at Yankee Stadium chanting “Where’s your green card?” and “Hey, pantanos, look at me” at blue jays right fielder Teoscar Hernandez.

양키스 스테디움에서 블루제이스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향해 “너 영주권 어디있니?” 그리고 “야 팬타노스, 나를 좀 봐봐”라며 팬들이 야유를 보내고 있다.

래딧 커뮤니티에 남아 있는 내용 - 현재 원본 글은 삭제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 글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글 중에 “니 영주권(그린카드) 어디있냐?” 라는 표현 때문인데요. 이 표현은 미국 사람들이 남미 출신 선수들에게 주로 사용하는 인종차별적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거 LA 다저스의 푸이그처럼, 남미 출신 선수들이 프로 데뷔를 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미국으로 온다는 것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인데요. 이전에도 여러 스포츠 경기에서 남미 출신 선수들에게 이런 야유를 보냈던 적이 있었고, 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처벌받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이들의 공격 대상이 된 이유는 에르난데스가 남미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기도 하지만, 수비 위치가 외야수로 이들과 가까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개막전 당시 양키스 스테디움 모습 

이런 행동은 경기장에 있었던 1만 여명의 양키스 팬들이 모두 참여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이 들 중에 블리처 크리에이쳐스 앳 양키스 스테디움(Bleaher Creatures at Yankees Stadium)으로 불리우는 극성 팬들이 저지른 일인데요.

이들은 과거에도 시애틀의 스즈키 이치로나 베네쥬엘라 출신 휴스턴의  호세 알투베 같은 선수들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했던 아주 악명높은 양키스 팬그룹입니다.  

이 팬그룹은 양키스 스테디움의 외야 우익수 뒷편 203구역에 모여있는데요.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이들은 옛 홈구장에서는 경기장 오른쪽, 1루수 뒷편 39구역에 위치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2009년 새로 양키스 스테디움을 지으면서 현재의 위치를 이들의 전용좌석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블리처 크리에이쳐스 : 203 구역 모습

이들은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주로 상대팀의 외야수 특히, 우익수들을 타겟으로 독특한 노래나 구호로 야유를 보낸다고 합니다.

개막전 경기에서 양키스 핵심 타자 스탠튼에게도 야유를 보낸 것을 보면 이들의 이런 행동은 상대팀 선수만을 타겟으로 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스탠튼을 영입할 당시만 해도 엄청나게 환호하던 이들이 양키스로 이적한 후 2018 시즌에부터 보여준 스탠튼의 모습에 실망하고 있으며, 특히, 개막전에서 5타수 무안타 삼진 3개를 당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스탠튼을 향한 야유가 엄청났었다고 합니다.

이런 팬들의 야유에 대해 애런 저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들의 야유는 당연한 것이다. 팬들은 승리하는 것을 보기 위해 여기에 온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했고, 팬들은 당연히 우리를 비난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애런 저지가 이렇게 팬들을 옹호하는 인터뷰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애런 저지는 일치감치 이들에게 최선의 예우를 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현재 이들에게 가장 지지를 받는 양키스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현재 미국에서 아시아 혐오 등의 인종차별적 폭력이 정치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이를 대하는 메이저리그나 양키스 구단도 곤란해하고 있는 듯한데요.  현지 팬들 사이에서도 이 일에 대해 MLB가 나서서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현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기 위해 야구 전문 커뮤니티에 게재된 컬럼의  내용 일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일은 아주 심각한 일이며,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블루제이스의 에르난데스는 현재까지 개인적으로 어떤 입장도 취하고 있지 않다.  이는 당연하다, 이는 에르난데스 개인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양키스 스테디움 관계자들이나 MLB가 나서서 이 일에 참가한 팬들을 명확히 밝혀내고,  나아가 이들에게 경기장 입장 금지 등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키스 구단이나 MLB가 적극적으로 이 일의 문제해결을 위해 나설지는 의문입니다. 이제 메이저리그가 개막했는데, 안좋은 일로 논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침묵으로 일관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즌이 진행되면 관중 수는 더 많아질 것이고, 이들의 야유도 더 커질 것이 자명한데, 블루제이스가 개막전 시리즈를 포함하여 앞으로 2번의 시리즈를 양키스 홈에서 치뤄야하기 때문에 팬 입장에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지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특히나 에르난데스뿐만 아니라 구리엘 주니어, 알레한드로 커크 등 남미 출신 선수들이 많은 블루제이스에게 이런 일은 너무나 민감한 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쪼록 누가 나서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